거대 기술기업들이 고품질 데이터 확보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서비스 이용약관을 데이터 수집의 법적 우회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메타(Meta)가 2026년 10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마련했던 상업용 이용약관 개정안에서 외부 웹사이트 콘텐츠를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던 조항을 전격 삭제했다. 이번 조치는 플랫폼 비즈니스 도구를 사용하는 외부 기업과 언론사의 사이트 데이터를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무단 흡수하려 한다는 언론계와 법조계의 강력한 반발이 표출된 직후 단행되었다. 유통 지배력을 쥔 거대 플랫폼이 파트너십 약관을 지렛대 삼아 지식재산권을 흡수하려던 시도가 공론화되면서, 데이터 학습 권한을 둘러싼 플랫폼과 창작 진영 사이의 갈등이 통상적인 계약 문구 영역까지 번진 모양새다. 이러한 충돌은 최근 1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격화된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 저작권 분쟁 및 창작자 노동 갈등의 흐름과 일치한다. 미국 등지에서 주요 언론사와 작가들이 무단 크롤링을 이유로 인공지능 개발사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자, 웹사이트 단위의 로봇 배제 표준을 우회해 플랫폼 계약 조항으로 학습 권한을 강제하려는 전략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미디어 전문 매체 니먼랩(Nieman Lab)은 메타 비즈니스 계정을 개설한 언론사 웹사이트 도메인을 메타가 자동화 도구로 스크래핑해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고 최초 보도했다. 별도의 거부 절차 없이 계정 이용을 완전히 중단해야만 데이터 수집을 피할 수 있는 구조였기에, 소셜미디어 유통망에 의존하는 언론사들은 자율적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자사의 핵심 자산을 무상으로 내어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법조계와 미디어 산업 단체는 즉각적인 법적·구조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코넬 로스쿨 제임스 그리멜만(James Grimmelmann) 교수는 해당 조항이 언론사 웹사이트의 기사 콘텐츠를 인공지능 학습에 투입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언론사와 직접 경쟁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까지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비상식적인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뉴스미디어연합(News/Media Alliance)의 대니엘 코피(Danielle Coffey) 최고경영자 역시 성명을 통해, 기업이 플랫폼 관객 접근권을 볼모로 잡아 외부 사이트 저작권을 탈취하려는 행위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처사이자 위법 소지가 크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웹 표준인 로봇 배제 규약보다 계약상 이용약관이 법률적으로 우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파장은 더욱 증폭되었다. 기술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가 전한 바에 따르면, 메타는 반발이 거세지자 상업용 약관의 문구를 신속히 수정했다. 개정 전 초안은 연계 도메인의 모든 콘텐츠를 메타 제품의 제공, 개발, 개선, 연구뿐만 아니라 학습에까지 포괄적으로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정된 약관에서는 학습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삭제되었으며,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목적 역시 광고와 비즈니스 제품의 개발, 개선, 연구, 유지로 대폭 축소되었다. 메타 커뮤니케이션 부문 앤디 스톤(Andy Stone) 부사장과 대니얼 로버츠(Daniel Roberts) 대변인은 이번 개정의 목적이 외부 사이트의 상품 판매 정보를 확인해 플랫폼 내 광고와 추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 뉴스 사이트 크롤링이 아니며, 기존의 웹 크롤링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향후 6개월은 플랫폼의 데이터 수집 계약에 대한 미디어 및 B2B 기업들의 법무 대응이 완전히 재편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소셜 플랫폼을 통해 트래픽을 유통해야 하는 언론사와 콘텐츠 공급 기업들은 플랫폼 비즈니스 계약서 내에 숨겨진 데이터 수집 조항을 전수 조사하고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약관 개정을 통한 우회 수집 경로가 여론과 법적 압박에 부딪혀 차단됨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은 투명한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거나 학습 데이터 수집 방식을 보다 명확히 분리해 공개해야 하는 규제적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