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자사 프론티어 인공지능 모델의 내부 위험을 검증하는 외부 독립 기관에 직원 수준의 시스템 권한을 열어주며 사전 검열 권한까지 내려놓았다. 기술 기업이 안전성 평가를 내부 통제 아래 두고 보고서 문구를 조율한다는 시장의 불신이 고조되던 시점에 나온 전격적인 조치다. 최근 로이터(Reuters)를 비롯한 외신 보도를 통해 앤트로픽과 오픈AI(OpenAI) 등 주요 인공지능 개발사들이 외부 평가기관의 대외 발표 내용을 과도하게 통제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최고경영자가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백악관 슈퍼인텔리전스 협약 후속 이행을 요구받는 국면에서, 외부 감시자에게 내부 리스크 평가 도구와 하드웨어까지 대등하게 개방한 배경에는 자율적인 평가 발표를 보장해 객관성 시비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적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 행정명령과 유럽연합의 인공지능법(EU AI Act) 등 글로벌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제3자 실사 및 안전 기준 강화 흐름과 직결된다. 그동안 프론티어 모델 개발사들은 모델 가중치와 인프라 유출 우려를 이유로 외부 평가자의 활동을 제한적 환경에 가두어 두었다. 앤트로픽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회사는 2026년 10월 15일 비영리 인공지능 모델 평가기관인 METR 직원 6명에게 회사 하드웨어와 사무 공간, 사내 리스크 평가팀과 동일한 내부 도구 및 시스템 접근권을 제공하는 임베디드 파트너십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안전성 검증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모델 개발 초기 단계부터 상주 인력이 내부 시스템을 직접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정책적 권고를 민간 기업 시스템 안으로 직접 흡수한 셈이다. 앤트로픽의 이번 조치는 기존 외부 평가 모델과의 권한 격차를 크게 벌렸다. 앤트로픽이 공식화한 3단계(Tier) 외부 평가자 접근 체계에서 기존 1단계 평가는 시큐어바이오(SecureBio) 등에 적용되던 모델로 회사가 접근 범위를 엄격히 통제하고 평가 보고서의 대외 공개 시 사전 승인을 거쳐야 했다. 반면 METR에 적용된 신규 3단계는 사내 직원급 상주 접근을 보장하며 위험 수준, 운영 사고, 조직 관행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할 때 회사의 사전 거부권을 완전히 배제했다. 2단계는 승인 없는 공개와 지정 항목 삭제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3단계 파트너십 하에서 앤트로픽은 고객 데이터, 변호사-의뢰인 비닉특권 정보, 모델 아키텍처 세부사항 등 사전 정의된 예외 항목에 한해서만 삭제를 요청할 수 있으며, METR은 이 삭제 요청의 정당성 여부까지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독자적 권한을 확보했다. 평가 외연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앤트로픽은 비영리 평가기관과의 협력에 그치지 않고 액센츄어(Accenture), 팩얼티(Faculty)와도 레드팀 및 정렬 평가 파트너십을 추진 중이며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비롯한 복수의 기관과도 외부 평가 참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부 비영리 기구와 상용 컨설팅 및 오픈소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복수의 평가 경로를 구축함으로써 단일 평가자 체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검증 공백을 메우고, 제3자 검증에 대한 신뢰도를 단계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의도다. 향후 6개월은 이러한 거부권 없는 상주형 외부 평가 모델이 산업계 전반의 새로운 안전 표준으로 굳어질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오픈AI와 구글(Google) 등 주요 경쟁사들은 출시 전 안전 평가 체계를 설계할 때 외부 평가 기관에 부여할 권한 범위를 두고 직접적인 선택을 요구받게 된다. 특히 인공지능 안전 규제 기관과 감사 기구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이번 사례를 기준으로 삼아 모델 배포 승인 요건으로 상주형 독립 실사와 보고서 출판 거부권 포기를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폐쇄적인 사내 검증에 의존해 온 프론티어 개발사들은 객관적 위험 공개에 따른 평판 위험을 감수하면서 감사 권한을 개방할지, 아니면 규제 당국과의 마찰을 감수할지 중대한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