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안정적인 기저부하 확보를 서두르는 빅테크와 유틸리티 기업들이 탄소중립 대신 화석연료 발전소 신설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미국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가 전한 환경보호기금(EDF)과 리서치 기관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Atlas Public Policy)의 공동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신규 전력 설비 파이프라인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까지 뛰어올랐습니다. 2024년 실제 신규 전력 용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한 몫이 단 5%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파른 반전이며, 이는 2016년 이후 파이프라인 기준 최고 수치입니다.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요구하는 막대한 24시간 연속 무중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력망 운영 주체들이 즉각적인 가동이 가능한 천연가스 터빈 확충에 몰두하면서 에너지 정책의 구조적 단절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바이든 정부 시절 추진되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반 청정 에너지 드라이브가 급격히 제동에 걸린 연방 정책 환경과 직접 맞물려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풍력과 유틸리티 태양광에 지급되던 세제 보조금 지원을 축소하는 반면, 당초 폐쇄 일정에 들어가려던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의 가동 유지를 명령하고 시설 지원에 8억 5000만 달러를 책정했습니다. 그 결과 유틸리티 발전사들은 2026년부터 2030년 사이에만 약 68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화석연료 발전 용량을 전력망에 얹을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 6개월 전 추산치와 견주어도 무려 45% 증가한 물량입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 전력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던 연방 규제망이 후퇴하고 탄소 집약적 발전원에 우호적인 제도적 안전판이 놓이자 유틸리티 사업자들이 앞다퉈 가스 발전 증설 계획을 제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전력 개발 파이프라인의 극적인 선회는 과거 청정 에너지로의 이행 궤적을 십수 년 전 수준으로 되돌릴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과거 2022년 말 미국 신규 전력 개발 계획 내 화석연료 비중은 9% 수준에 머물렀으나, 현 계획이 현실화되면 2026년 파이프라인 기준 약 30%를 거쳐 2030년 신규 가동 용량의 최대 약 70%가 천연가스 중심의 화석연료로 메워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전력 믹스가 2010년대 초반 구조로 회귀하는 형태입니다. 생애주기 균등화 발전원가(LCOE) 측면에서 신규 복합화력 천연가스 발전은 메가와트시(MWh)당 약 90달러가 드는 반면, 신규 육상 풍력과 유틸리티 태양광은 메가와트시당 68달러에서 69달러 선으로 가스 대비 23~24%가량 비용이 저렴함에도 전력 공급 속도와 용량 확보라는 시급성 탓에 값비싼 화석연료 의존이 묵인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기금의 데이비드 빌라그라나(David Villagrana) 청정 에너지 세제 솔루션 수석 법률고문은 미국 전력 파이프라인을 화석연료로 채우는 선택이 향후 수십 년간 높은 전기 요금과 연료 가격 변동성, 오염을 고착화할 수 있으며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맞추고 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청정 전력 경로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향후 6개월은 하이퍼스케일러 데이터센터 기업들과 유틸리티 공급자 간의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 체결 지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2030년 탄소중립(Net Zero)을 대외적으로 공언해 온 주요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플랫폼 사업자들은 전력 확보 지연에 따른 사업 차질을 피하기 위해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 목록에 포함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해 있습니다. 가스터빈 핵심 부품의 공급망 병목 현상과 장기적인 천연가스 시세 급등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전력 공급사들은 대규모 가스 발전소 착공 인허가 신청을 밀어붙일 공산이 큽니다. 결국 기업의 ESG 기준과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 속도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를 두고 데이터센터 투자자들의 자본 집행 승인 기준이 전면 재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