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행정명령은 AI 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 프런티어 모델의 위험성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미국 AI 정책이 규제보다는 혁신 장려에 방점을 찍어왔다면, 이번 조치는 모델의 성능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위협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정책적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자발적 프레임워크'라는 형식을 취했으나, 핵심 인프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사실상 주요 AI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23년 10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에 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110)'과 비교했을 때, 규제의 강도와 접근 방식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NIST(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AI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가이드라인 구축에 집중했다면, 이번 트럼프 행정명령은 모델 출시 전 '사전 검토'라는 구체적인 절차적 개입을 강조한다. 이는 유럽연합(EU)의 AI 법(EU AI Act)이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엄격한 사전 적합성 평가를 요구하는 것과 유사한 흐름으로 읽히지만, 미국은 이를 법적 강제보다는 산업계와의 협력을 통한 보안 강화 모델로 풀어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향후 6개월은 AI 업계의 거버넌스 체계가 재편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오픈AI(OpenAI), 구글(Google), 앤스로픽(Anthropic) 등 프런티어 모델을 개발하는 주요 기업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보안 평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 내부 레드팀(Red Teaming) 조직을 확대하고, 모델 출시 프로세스에 정부와의 소통 단계를 추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기업들은 모델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정부가 요구하는 사이버 보안 수준을 충족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의사결정권자들은 이제 모델의 출시 시점뿐만 아니라, 정부와의 데이터 공유 범위와 보안 검토 결과의 공개 수준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보안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기업의 혁신 속도를 늦추는 병목 현상이 될지는 향후 구성될 연방 기관들의 구체적인 평가 프레임워크 세부 지침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